2018. 11. 23-24.
한국 국제개발협력학회와 일본국제개발협력학회 (Japan Society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 JASID)의 학술교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지난 11월 23일부터 24일까지 일본에서 열린 제29차 JASID 연례컨퍼런스에 참석하였다. 쯔쿠바대학 (筑波大学)에서 개최된 이번 컨퍼런스는 학계, 개발협력단체, 정부, 시민사회의 내외국인 관계자들 350여명이 모여 이틀간 진행되었다. 공통논제 (共通論題:plenary) 세션을 비롯해 첫 날 15개 둘째 날 23개 주제세션이 열렸으며 그 중 아홉 세션은 영어로 진행되었고 중국, 브라질,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볼리비아, 네팔, 가나, 미국 등 다양한 국적의 참가자들이 눈에 띄었다.
1일차 오후에 열린 지속가능개발목표와 문화에 대한 공통논제 세션은 JASID 학회의 규모와 참석자들의 열의를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총 300 여명 가량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계단식 강의실이 꽉 찰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여 일본 개발협력 학계와 현장을 대표하는 전문가들의 기조연설과 두 편의 발표를 듣고 토론에 참여하였다. 먼저 유네스코 아태지역 사무소 아오야기 시게루 (Aoyagi Shigeru) 소장의 기조연설은 ‘문화의 개발가능성과 지속가능한 개발’을 유네스코 문화 관련 협약과 개발에 대한 접근을 중심으로 소개하였다. 이어진 발표에서 도쿄대 키타무라 유토 (Kitamura Yuto) 교수는 ‘개발’과 ‘문화’ 사이에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실천적 거리감’을 다루었다. 특히 문화 다양성의 존중과 공정성(equity)의 문제, 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ESD)와 같은 교육으로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에 대한 실천적 고민 등에 대해 논의하였다. 두번째 발표를 맡은 국제협력기구 국제협력전문위원 스가와라 스즈카 (Sugawara Suzuka) 위원은 글로벌과 로컬이 얽힌 ‘글로컬(glocal)’ 시대에 다양한 문화 간 접점이 발생하고 있음을 언급하고, 국가중심주의에 대한 경계를 강조하였다. 특히 문화 상대성이나 다양성을 넘어선 인권 존중의 문제를 다룸에 있어 주의와 감수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하였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세션 중에 하나는 현 JASID 학회장인 리츠메이칸 대학 타츠후미 야마가타 (Tatsufumi Yamagata) 교수가 기획한 '국제개발은 국익을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가'라는 토론이었다. 일본은 2015년 ‘개발협력대강(大綱)’에서 처음으로 ‘국익의 확보’를 국제개발의 중요한 아젠다로 명시하였다. 이후 ‘개발협력이 어떻게 공여국의 국익에 부합하는가’라는 질문은 국제개발의 현장에서 자주 상기되는 물음이 되었다고 한다. 다시 말해 현장의 활동가들은 본래 상정된 개발협력의 목적 달성에 더해, 자국기업, 자국제품의 활용에도 큰 비중을 두면서 활동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고 한다. 야마가타 교수는 본래 국제개발협력에 의해 달성할 수 있는 일본의 국익이란 수원국을 위한 방식을 통한 일본에 대한 높은 평가라고 생각했다고 회고하였다. 그러나 그 원칙론만을 주창하기에는 과연 ‘원조의 효과란 무엇이며 어떠한 것이 국익인가’ 라는 질문을 고민하는 활동가들에게 답할 수 없다고 생각하여 세션을 기획했다고 한다. 세션에서는 개발협력을 담당하는 외무성 담당자, 언론인 등이 참석하여 소속 기관의 입장을 떠나 개인의견을 피력하는 토론이 장이 펼쳐졌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자리로 느껴졌다.
컨퍼런스 2일차였던 24일 오후에는 우리 학회의 동계학술대회 주제와 같은 ‘혁신과 국제개발협력’의 주제로 2시간의 공동 세션을 진행하였다. 도쿄공업대학(東京工業大学: Tokyo Institute of Technology)의 준이치 다카다 (Junichi Takada) 교수의 좌장으로 KAIDEC로 부터 두 개의 주제 발표가 진행되었다. 토론자로 미야자키 대학의 요시노리 후쿠바야시 (Yoshinori Fukubayashi) 교수가 참석하여 각 연구 발표에 대한 매우 건설적인 제언을 주었고, 최근 UN SDGs 관련 책을 편찬한 페리스 대학의 아키오 다카야나기 (Akio Takayanagi) 교수와 사이타마 대학 콘도 히사히로 (Kondoh Hisahiro) 교수 등이 플로어 토론에 참여하여 향후 학회와의 연구 협업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진행된 매우 뜻 깊은 자리였다.
작성:
한림대 주한나 교수 (hanah.zoo@hallym.ac.kr)
카이스트 박경렬 교수 (park.kr@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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